메이저리그에서의 소소한 재미

타격 장갑의 시초를 찾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메이저리그 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자신의 대표 저서인 <야구란 무엇인가>에 이렇게 적었다.

” 대부분의 경기를 오후 4시부터 치르고 기차 편으로 이동하던 시절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룸메에트가 있었다.  선수들이나 기자들이나 따지고 보면 경제적으로 같은 계층에 속해 있었다.

서로 살림살이를 걱정해 주었고,  비슷한 월급쟁이 신세라는 동류의식이 있었던 것이다. “

‘ 베이스볼 레퍼런스 ‘ 에 따르면 1967년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은 6,000 달러, 평균연봉은 1만9000달러 였고, 같은해 미국 통계국이 고시한 미국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8200달러였다.

상당수의 메이저리거는 일반 직장인과 동질감을 느낄 법했다. 실제 60년대 선수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따로 한 일화도 여럿 전해진다.

타격장갑의 스토리

1964년 9월4일 붙박이 주전이 아니던 켄 해럴슨은 상대팀인 뉴욕양키스가 오른손 선발투수를 예고해 당연히 벤치에서 대기할 것으로 생각하고  동료3명과 편을 나눠 27홀 골프를 즐긴뒤 경기장에 도착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상대팀 선발투수가 바뀌어 있었고 자신도 버젓이 4번 타자로 라인업에 올라 있었다.

켄 해럴슨은 서둘러 경기 전 타격 연습에 나섰지만 골프를 치는 동안 생긴 손바닥의 물집이 점점 심각한 통증을 유발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문득 스친 생각에 곧바로 클럽하우스로 가서 청바지 주머니에 구겨 넣었던 빨간색 골프 장갑을 왼손에 끼고 나왔다. 

임기응변치고는 효과가 있었다. 장갑 한짝으로 물집의 아픔을 억누른 해럴슨은 그날 홈런2개를 날렸다.  이 장면을 본 상대팀 양키스의 대스타 미키 맨틀은 경기 직후 클럽하우스 직원에게 부탁해 골프 장갑 한 묶음을 사오게 했다. 스포츠세계에서는 간혹 이러한 긍정적인 징크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다음날 경기에서 양키스 타자들은 모두 빨간 골프 장갑을 착용한 채로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미키 맨틀 역시 홈런을 날렸다.

이 소문이 급격히 퍼지면서 타격 장갑이 유행처럼 번져 현대에 이르렀다는 것이 켄 해럴슨이 밝힌 타격 장갑의 역사이다.  당연히 타격장갑의 시초 역시 본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이야기의 반전 이라면 정작 타격 장갑을 과감히 도입해 성공을 거둔 켄 해럴슨은 그날 이후 단 한번도 장갑을 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2021년 세이버메트릭스의 대부로 불리는 빌 제임스가 의문을 제기했다.

1960년에 열린 하먼 키러브루와 로키 콜라비토의 홈런더비 사진에 두 선수가 타격 장갑을 착용한 모습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빌 제임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켄 해럴슨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면서 맨손 타격을 거부한 최초의 선수를 찾아 나섰다.

영향력 있는야구계 인사의 물음에 전문가들과 야구광들이 자신의 기억을 하나둘씩 끄집어냈고, 이 분야에서 최고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공식 역사학자 존 손까지 가세했다.

존 손은 ‘ 최후의 4할 타자 ‘ 테드 윌리엄스가 한국전쟁에 참전한뒤 돌아온 1953년 물집 때문에 일시적으로 타격 장갑을 착용했다고 명료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근거가 있냐는 질문에는 추가 트윗을 내놓지 않았다.

여러사례가 거론 될수록 돌고 돌아 켄 해럴슨 쪽으로 다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 같다.  해럴슨보다 앞선 사례라고 제시한 경우 모두 타격 연습이나 스프링캠프, 홈런더비 때 장갑을 착용한 정도였을 뿐 실제 정규 시즌 경기에서 착용한 것이 입증된 것은 켄 해럴슨 뿐이라는 이야기이다.

결국 빌 제임스가 체기한 의문에 대한 확실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켄 해럴슨이 최초는 아닐지라도 타격 장갑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다는 점만 확인했을 뿐이다.

국내 MLB 팬들이 타격 장갑이라는 용품에 관심을 갖게 된것은 숀 그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3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데뷔해 2000년부터 라울 몬테시 대신 LA 다저스의 우익수로 활약한 그는 ‘ 박찬호 도우미 ‘ 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미국 현지에서의 인지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높은 선수이다. 

숀그린은 LA 다저스로 이적한 후 홈경기에서 홈런을 치면 자신의 타격 장갑을 어린이 팬들에게 선물하는 독특한 세리머니로도 인기가 높았다. 덕분에 선한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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